기록, #중기유산 #양수검사 #다운증후군고위험 #염색체이상 두 아이의 엄마로 지냈던 133일간의

2021년 3월 13일 오전 3시 30분, 우리에게 찾아온 선물 같던 둘째, 소담을 배웅했다.

몸은 일상으로 돌아갔지만 내 시간은 여전히 소담을 떠날 때에 머물러 있었다.

잊을 수 없는 시간들을 잊으려고 하면 할수록 더욱 선명해져 가는 그날의 순간들…

짐짓 태연한 척,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온 척, 아픔이 둔해진 척, 그렇게 슬픔을 속으로 삼키다 보니 몸도 마음도 다쳐 갔다.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울컥하고 눈물이 치밀어 견딜 수 없을 때마다 두 아이의 어머니로서 보낸 133일간의 이야기를 기록해 보려고 한다.

2020년 10월 26일 (일)

하복부가 살살 아프기 시작했다. 배란통인지 생리통의 전초증상인지. 어쨌든 복통은 평소에도 자주 앓았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넘긴 하루였다.

2020년 11월 14일 (토)

코로나도 아니고, 피곤도 없는 것이 미열이라, 며칠째 차멀미를 하는 것처럼 기분이 나빠졌다.2021년에 흰 소의 해가 마음에 들기도 해서, 2021년 8월의 복직을 앞두고, 두 살 차이의 둘째를 낳으려고 계획했습니다만…우선은 내일 아침에 임태기를 해 보기로 했다.

2020년 11월 15일 (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임태기를 챙겨 화장실로 향했다.

세상에… 서준이 동생이 찾아왔어.

누가 그랬는지 둘째는 스치기만 하면(?) 된다는데.

복직전에 두번째 출산을 계획했지만 주위의 지인들 중 오랫동안 아기가 생기지 않는 경우를 자주 보아왔기에 나 역시 1년정도는 마음을 비우고 노력해볼려고 했지만… 내가 아이 두개의 마음이란….. 공포와 동시에 설레임과 떨림,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했다.

둘째는 나를 닮은 딸일까.아니면 서준이 닮은 귀여운 아들일까?

딸이라면 키워보지 못한 성별이라 신랑과 나에게는 괜찮을 것 같고 아들이면 서준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았다.

2020년 11월 20일(금)

연차휴가 신랑과 함께 미리 예약해 둔 산부인과를 찾았다.

5주 0일, 출산 예정일은 2021년 7월 23일이었다.

네이버에서 계산한 출산 예정일과 일주일 정도 차이가 나는 걸 보니 착상이 늦은 것 같았다.

2020년 11월 22일(일), 5주 2일

갈색 분비물과 갈색 피가 유난히 많았던 날이었다. 착상혈? 신랑 말로는 서준이를 임신했을 때도 나의 #임신 초기 증상이 비슷했다고 한다.

첫아이를 임신했을 때도 보였던 증세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2020년 11월 25일(수), 5주 5일 2020년 11월 26일(목), 5주 6일

설사 그리고 이슬에 가까운 선홍색 분비물이 나왔고 착상혈 같은 갈색 분비물도 계속 붙었다.

착상혈과 설사 모두 임신 초기 증상으로 큰 걱정을 하지 않았는데 붉은 피가 나면 초기 유산일 수 있으니 바로 병원으로 와야 한다고 하셨다.

2020년 12월 05일(토), 7주 1일

심한 입덧과 두통이 계속되는 나날이었다.돌봐야 할 첫째 아이도 있었고, 열일곱 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아이를 안으려니 체력이 부족한 것 같다.

몸이 피곤한 와중에도 앞으로 가족이 함께 살 집도 마련하고 좋은 일이 이어질 것 같았다.

2020년 12월 18일(금), 9주 0일

이어 땅 위에 내 모습은 폐인 그 자체였지만 그동안 소담이는 보란 듯이 잘 자라 어느새 곰이 돼 있었다.

길이를 재는 내내 어찌나 허둥지둥 움직였는지 선생님으로부터 잠자코 있어 달라고 부탁받을 정도였다.서준이 때는 너무 얌전해서 정밀 초음파 때도 2시간이나 걸렸고 흔들어 깨우기 몇 번이나 했는데 얼마나 건강한 아기가 태어나기 위해 이러고 있는지.

초음파 영상을 본 가족들은 둘째가 정말 활발할 것이라며 조심스럽게 둘째 아들을 예상했다.

2021년 01월 09일(토), 12주 1일

#1차 기형아 검사를 마치고 엘리뉴2(임산부종합영양제)를 처방받았다.

서준이 때 다닌 산부인과는 검사 결과를 바로 알려줬지만 지금 다니는 산부인과는 1, 2차 검사 결과를 1차로 알려준다고 말했다.

서준이처럼 정상이 나오지? 뭐가 있을까? 그래서 별거 아닌데… 지금 생각해보면 임신 기간 중 유일하게 마음 편했던 마지막 순간이었던 것 같아.

2021년 01월 22일(금), 14주 0일

결혼 1000일, 신랑의 승진, 그리고 내 집 마련까지 기분 좋은 일의 연속이었다.현진건의 운 좋은 날처럼…

둘째 성별이 궁금한 우리를 알아봤는지, 서준이 형인지 형인지는 14주에 확인하겠다는 선생님의 센스(?)에 우리는 14주차가 되자마자 병원으로 달려갔다.

초음파를 보자마자 5초도 안돼서 나타나는 당신이라는 존재, 내가 봐도 보이는 존재감 뿜뿜!!!!!!!!!!!!! 다리사이에 고추가 뚝뚝!!

나는 그렇게 아들 둘을 두었다.

나… 괜찮지? 리쌍이 부릅니다… 나는 웃는데 웃는게 아니야…)

2021년 01월 30일(토), 15주 2일, 2021년 02월 04일(목), 15주 6일

산후조리원과 상담한 뒤 계약도 하고 태아보험에도 가입했다.한동안 신경 쓸 일이 없었기 때문에 그동안 제대로 못한 태교에만 신경을 쓰고 싶었다.

그런데 토도트는 언제 끝날지…뚱했던 첫 임신 때와는 달리 식욕도 별로 없고, 임신 전보다 체중이 더 줄었으며, 임신 초기부터 나타난 갈색 분비물은 멈출 줄 몰랐다.

2021년 02월 06일(토), 16주 1일

어느덧 #2 차기형아 검사날이 됐다.

검사 결과는 메일로 알려드리겠습니다」라고 쿨하게 안내해, 5주 후, 정밀 초음파를 실시하기로 했다.

2021년 02월 14일(일), 17주 2일

이사를 앞두고 걱정투성이여서 몸이 힘들었는지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기 시작했다.서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어리석음이 심해 산부인과 응급실로 향했다.

4시간 동안 여러 종류의 링거 5개를 맞으며 조금씩 안정을 되찾았다.

12시간 동안 푹 맞아야 하는 링거가 있었지만 친정에 맡기고 온 서준은 울느라 잠을 이루지 못했고, 신랑은 다음날 출근하느라 그럴 수가 없었다.

하… 임신 큰일 났다.

2021년 02월 16일(화), 17주 4일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어. 어? 뭐지?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받았는데…산부인과였다.

그는 1차, 2차 기형아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다운증후군 고위험군이 나왔다며 빠른 시일 내에 내원해 달라고 말했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나중에 병원측으로부터 받은 1차 기형아 검사 결과를 보면 목투명대(NT)는 1.73로 정상 범위였고 2차 기형아 검사에서 이상이 확인된 사례였다.

※일반적으로 3mm 이상이면 이상하다고 판단되지만 3mm가 넘는다고 해서 모두 기형인 것은 아니다.너무 놀라서 손이 떨려 심장이 두근거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신랑도 급히 휴가를 내고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 도착하고 나서 진료하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140대1

다운증후군 고위험군 중에서도 확률이 높은 편으로 노산(85년생)에 해당하는 나는 다운증후군이 아니더라도 다른 염색체 이상이 발견될 수 있으므로 선별검사에 해당하는 니프티 검사 대신 반드시 양수검사를 하도록 했다.

그러나 우리가 방문한 시기는 오후 늦은 시간대이므로 당일 채취해 당일 발송에 해당하는 양수검사는 진행할 수 없으니 다음 날 다시 방문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밤새 잠을 못 자고 양수검사, 다운증후군을 검색하고 다시 검색하고 뜬눈으로 밤을 새운 뒤 아침 일찍 양수검사를 하기 위해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

나는 서준이 때와 달랐던 몸 상태가 내심 걱정됐는데 기형아 검사 확률검사 결과까지 좋지 않다는 말을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2021년 02월 17일(수), 17주 5일

양수검사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듣고 검사실에서 배를 소독하기에 착잡하고 불안한 마음 때문인지 긴장을 풀려는 선생님의 말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수차례 소독이 진행되어 초음파를 보면서 큰 주사기 2개분의 양수 채취해야 한다 #양수검사

불편한 마음일수록 따끔따끔하고 불편한 통증의 연속이었다.

두려움, 서러움, 복잡한 감정이 소용돌이치며 눈물을 흘렸다. 가까스로 눈물을 흘리는 바람에 검사는 곧 끝났고, 양수가 새어나올지 모르는 상황에 대비해 분만실에서 30분 정도 휴식을 취한 뒤 귀가하라고 안내해주셨다.

행복하고 설레는 임산부들 사이에서 나 홀로 떨어진 섬이 된 것처럼 상처받은 마음을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분만실 침대에 누워서 눈물을 닦고 집으로 돌아왔다.

내가 다니는 산부인과의 #양수검사 비용은 70만원으로 추가비용 20만원을 더 내고 검사 3일 후 다운증후군에 대한 결과만 우선적으로 받을 수 있는 익스프레스 검사를 선택했다.

2021년 02월 19일(금), 17주 7일

10시 46분 나에게 날아온 문자 한 통!

다운 증후군 정상

큰 산을 하나 넘은 기분이었다.양수검사에 대한 리뷰를 찾아보니 대부분 다운증후군 결과가 정상이면 최종 검사 결과에서도 아무 이상 없이 정상이 나온다고 했다.

2021년 03월 06일(토), 20주 1일

12시 22분 안 오길 바랐던 산부인과 전화였다.

양수검사 결과가 좋지 않자 병원에 다시 오라는 연락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고통스러워지는 가슴을 안고 양수검사 결과를 듣기 위해 병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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